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대변에서 최장 3주 넘게 생존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과학원(CAS) 연구진이 확진자의 검체를 분석한 결과다. 하수 정수 과정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CAS 연구진은 지난 1~2월 확진자 23명의 기도와 대변, 소변, 혈장 등에서 채취한 검체를 분석했다. 유전자 증폭(RT-PCR) 검사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신체에서 얼마나 생존하는지 실험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코안에서 채취한 검체에선 8일에서 17일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왔다. 대변의 검체에서 발견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은 보다 길었다. 짧게는 15.5일, 길게는 23.5일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가 머무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하수처리 과정을 되짚어 보면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정수처리를 끝낸 방류수에서 검사하는 바이러스는 대장균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하수처리는 정수부터 방류까지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환경과 시설에 맞춰 다양한 공법을 활용하는데 주로 미생물을 활용한 정수법을 쓴다. 먼저 휴지 등의 부유물을 걸러낸 뒤 하수에 산소를 공급해 미생물을 만든다. 이 미생물은 오염물질을 잡아먹고 하수 아래층에 찌꺼기로 쌓인다. 응집제를 넣어 뭉쳐진 찌꺼기를 제거하고 소독하면 방류수가 된다. 방류수는 대장균과 질소, 인 등의 수치를 검사한 뒤 기준량 이하면 강으로 흘려보낸다. 이 과정은 보통 하루 만에 모두 끝이 난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가 대변에서 오래 살아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안전성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 역시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기에 방류수의 코로나바이러스 검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세균은 세포 밖에선 살아남지 못하지만 오·폐수에선 충분히 생존이 가능하다”며 “하수 정수과정을 거친 뒤 RT-PCR 검사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가 격리 중인 환자에게 되도록이면 비감염인과 화장실을 함께 쓰지 말라는 이유가 대변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되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고도의 정수과정을 거쳐도 코로나바이러스가 100% 사라진다고 자신할 수 없어 관련 연구도 필요한 실정이다”고 했다.
안동=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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