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제방 붕괴에 곳곳 침수
11일까지 최대 300㎜ 더 올 듯
정 총리 “예보 적중률 높여야”
전국에 ‘물폭탄’이 쏟아졌다. 특히 광주와 전남 지역에는 7∼8일 이틀간 최고 587㎜의 기록적인 호우로 인한 산사태 등으로 10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제5호 태풍 ‘장미’까지 북상 중이어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전북 장수군 번암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에 매몰됐던 5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날 전남 담양군 무정면에서는 폭우로 침수된 집을 빠져나와 대피소로 이동하던 8살 남자 어린이가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전날 전남과 전북, 경남과 부산에는 오전에만 300㎜ 넘는 비가 쏟아져 산사태와 농경지 침수 등 피해가 잇따랐다. 섬진강 제방이 무너졌고,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는 32년 만에 상가 등 208동이 침수됐다. 전남 구례군은 읍내 시가지 일부가 침수돼 도시가 일시 마비되기도 했다. 충남 금산에서는 집중호우로 용담댐이 초당 물 3200t을 방류하면서 부리면과 제원면의 하천 제방이 무너져 주민 406명이 몸을 피했다. 최대 45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지며 비 피해가 잇따른 경남 창녕에서는 낙동강 일부 제방이 유실돼 구학마을과 죽전마을 등 2개 마을이 물에 잠겼다.
이날 오전 기준 전국 이재민은 11개 시·도에서 총 5971명(3489세대)으로, 행정안전부는 지난 1일부터 이날 오후 7시30분까지 30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했다. 7∼9일에만 사망 13명, 실종 2명이다. 이날 오후 광주∼대구, 순천∼완주 고속도로 등 총 128곳의 도로가 통제됐다. 또 충북선과 태백선, 영동선 등 6개 철도 노선이 운행 중지됐고, 광주공항 활주로가 침수돼 항공기 10여편이 결항됐다. 집중호우 영향으로 한강 수위에 영향을 미치는 상류 댐이 방류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10일 아침까지 서울 주요 도로 통제도 대부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오전 기준으로 누적 강수량은 곡성 587㎜를 비롯해 구례 541㎜, 담양 418.6㎜, 화순 398.8㎜, 장성 394.8㎜, 광주(북구) 503㎜ 등이었다. 이날에도 서울·경기도, 강원영서북부 등에는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10∼30㎜의 강한 비가 내렸다. 7일 0시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강수량은 충남 서천 197㎜, 논산 175㎜, 경기도 용인 165㎜, 오산 161.5㎜, 강원도 춘천 127.5㎜, 양구 108.5㎜ 등이다.
침수지역 물이 빠지지 않으면서 복구작업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데 태풍까지 북상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은 이날 오전 3시 일본 오키나와 남남서쪽 600㎞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뒤 시속 32㎞로 북쪽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태풍 ‘장미’는 우리나라가 제출한 이름이다. 태풍은 10일 오전 제주도 동쪽 해상을 지나 오후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올여름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첫 태풍이 된다. 태풍의 영향으로 11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장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경남과 제주도에 많은 비가 오겠다. 11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100∼200㎜, 많은 곳은 300㎜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광주 서구의 영산강홍수통제소에 들러 홍정기 환경부 차관 등으로부터 전국적인 홍수 관리 상황을, 화상으로 연결한 김종석 기상청장으로부터 기상 전망 등을 보고받고 “기상예보 공급자인 기상청과 수요자인 홍수통제소, 환경부 등이 (기상 상황을) 함께 제대로, 세밀하게 평가해 예보 적중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는 호우경보가 내려진 지역 내 유·초·중·특수학교에 원격수업을 할 것을 권고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교육부 내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점검 회의를 주재해 “24시간 핫라인 시스템을 가동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태풍 ‘장미’ 10일 부산 상륙 후 동해로
전국이 11일까지 제5호 태풍 ‘장미’의 영향을 받겠다.
9일 기상청은 11일까지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10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오겠다. 서울·경기북부와 강원영서북부는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릴 예정이다.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 사이에서 남북으로 폭이 좁고 동서로 긴 강수대가 형성됐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중부지방과 전라도는 11일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까지의 예상강수량은 중부지방, 남부지방, 제주도, 서해5도는 100∼200㎜다. 서울·경기북부, 강원영서북부, 전남남해안, 경남, 제주도 남부와 산지, 지리산 부근에는 300㎜ 이상 오는 곳도 있겠다. 울릉도·독도는 20∼60㎜로 예보됐다.
태풍은 10일 오후 3시 부산 서남서쪽 약 70㎞ 부근 해상으로 접근해 부산과 경남지역을 가로질러 동해 쪽으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장미는 소형 태풍으로, 이날 오후 3시 현재 중심기압 1000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은 시속 65㎞를 나타내고 있다. 부산에 근접하는 10일 오전에는 최대풍속이 시속 76㎞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울릉도 남서쪽 해상을 지나 11일 오전 일본 삿포로 인근 해상에서 소멸이 예상된다.
기상청은 “태풍은 42시간 이내 온대저기압으로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기압의 발달 정도와 이동 경로의 변화에 따라 강한 강수가 집중되는 지역과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여서 저지대와 농경지 침수, 산사태, 축대붕괴 등 비 피해가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풍 장미가 사라져도 장마는 계속된다. 기상청 10일 예보를 보면 14일까지는 각오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2∼14일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놓이면서 서울·경기도·인천과 강원영서에 비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경기도·인천과 강원영서의 강수확률은 14일까지 70~100%가 유지된다. 그 밖의 지역은 비 예보가 없다. 강수확률은 최대 40%로, 중부지방은 대체로 흐리고 남부지방은 구름이 많을 전망이다. 15일 이후에는 서울 등 지역도 강수확률이 40%로 낮아진다. 다만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정도와 우리나라 북쪽의 건조공기 강도에 따라 강수 영역은 변동이 있을 수 있고, 대기 불안정으로 소나기가 오는 곳도 있겠다.
예보대로 중부지방에 14일까지만 장마가 이어진다면 장마기간은 6월24일 시작 후 52일을 기록하게 된다. 2013년 6월17일부터 8월4일까지 이어진 장마기간 기록 49일을 경신하는 것이다.
김유나·이진경 기자 y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