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 전파로 많은 이들이 숨지고 있는 현실은 단기간에 과학과 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대표적 난제다. 우리는 새롭게 변형된 질병과 바이러스에 인류가 얼마나 무지하고, 또 취약한지 깨닫고 있다.
지금까지 코로나19가 미치는 심각한 위해성을 감안해 이에 대한 연구는 공중보건 일선에 있는 의학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전파 초기만 하더라도, 백신이나 치료제를 곧 개발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다양하게 쏟아졌다. 그러나 반년 이상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항체가 생성되어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다는 보고와 연구 결과가 동시 나오는 등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과학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보통은 감염자의 입을 통해 비말과 같이 비교적 큰 입자에 담긴 바이러스가 공기로 배출되거나, 비말이 직접 또는 음식물 등을 거쳐 간접적으로 다른 이의 입이나 코, 눈을 통해 전달되는 일반적 경로(mouth-to-mouth transfer)를 거친다. 비말은 이른 시간 내 공기 중에서 사라지는 데 반해 공기 중 전파는 오랜 기간 체류하면서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미세 혹은 초미세 입자 영역의 전파를 의미한다. 아직 더 많은 실험과 증명이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이 실제 한다면, 코에서 코를 통한 전염(nose-to-nose transfer)과 같이 통제 불능에 가까운 상황을 시사한다. 즉 감염자가 입을 닫은 채 비말을 발생시키지 않는 상황에서조차 코를 통한 날숨 형태로 바이러스의 배출과 전파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단순히 주변에 감염자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코로나19의 전파가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공기 중 전파가 될 수 있다면 기존의 방역체계에 여러 보완할 점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모든 이들이 마스크를 벗는 식사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기 순환이 억제된 공간에서 코에서 코로의 전달이 실제 일어난다면,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로부터 감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가능성은 기내에서 식사가 불가피한 장거리 비행과 같은 여건에서도 유사하다.
코로나19라는 난제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하고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복잡한 상황을 감안하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다방면의 연구와 학제 간 협업 또한 중요하다. 특히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효과적 예방이다. 이를 위해 전파 경로로 의심되는 공기 중 라이프 사이클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연구는 대기공학 또는 실내 대기 질 분야에 해당하지만 의학과의 협업 등 다양한 접근방식을 동시 감안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차단·제어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가속화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호흡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바이러스를 걸러주는 기능성 마스크 기술의 개발, 실내 공간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환기 기술, 또 이를 근원적으로 사멸하는 처리기술 분야 등 다방면의 연구도 절실하다. 앞으로 과학계와 의학계가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체계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관련 연구와 기술 개발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기현 한양대 교수·건설환경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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