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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선 헛발에… 기상청 또 ‘중계청’ 오명

입력 : 2020-09-07 19:12:15 수정 : 2020-09-07 22: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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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따라 북상” 예보와 달리
내륙 상륙… 4시간동안 관통
불신에 ‘해외 기상 망명족’도
7일 오전 강원 강릉시 안목해변 인근 도로가 폭우로 물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지난 장마철 예보 실패를 거듭했던 탓에 신뢰를 잃어 이른바 해외 기상청 정보를 참고하는 ‘기상 망명족’을 만들어낸 기상청이 당분간 오명을 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7일 부산 남동쪽 해상을 지나 울산 내륙으로 올라왔다가 오후 2시쯤 강원 강릉 동북동쪽 해상으로 다시 빠져나갔다. 태풍이 동해를 따라 북상할 것이라던 기상청 예보와는 달리 내륙으로 상륙해 4시간을 넘게 한반도를 관통한 것이다.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피해가 극심해 논란이 예상된다. 전날 미국 태풍경보센터나 일본 기상청이 부산·경남 지역에 상륙해 한반도를 가로지를 것으로 예보해 오히려 기상청 보다 정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상청은 최장 기간의 장마와 집중호우가 이어지는 동안 부정확한 예보로 원성을 샀다. 기상청은 당초 올여름 역대급 폭염을 예고했지만 기록적인 장마가 이어졌고, 호우경보를 내렸지만 강수량이 10㎜도 되지 않는 등 예보가 빗나가는 일이 잦았다. 시간별 예보도 시시각각 변화하자 ‘기상중계청’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이에 시민들 사이에는 노르웨이 기상 앱인 ‘Yr’나 체코의 ‘윈디’와 같은 유럽 등 해외의 예보 업체와 기상청을 찾는 기상 망명족이 생겨났다. 기상청에 대한 불신으로 국내 날씨를 해외 사이트를 통해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논란이 지속되자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달 9일 “기상예보 공급자인 기상청과 수요자인 홍수통제소, 환경부 등이 함께 세밀하게 평가해 예보 적중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상예보가 사소한 변수에도 예측이 빗나갈 수 있고, 외국과 비교해도 국내 예보 모델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7일 태풍 '하이선' 영향으로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남 거제시 한 아파트 주차장에 승용차가 토사에 깔려 있다. 연합뉴스
7일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의 한 마을에 비닐하우스 구조물이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부서져 있다. 연합뉴스

허창회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는 “한국이 사용하는 예측 모델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며 “체코나 노르웨이의 대기과학 수준은 한국에 한참 못 미칠 뿐 아니라 기상 앱이 사용하는 수치는 한국도 예측에 참고하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또 “모델마다 예측이 다를 경우 비가 적게 온다고 했을 때보다 많이 올 것이라고 예보하는 것이 피해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기상청은 해외 기상 예보보다 더 정확한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3일 제9호 태풍 ‘마이삭’은 기상청 예상대로 밤사이 경남 해안에 상륙했다가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마이삭이 거제와 부산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상륙지점도 맞혔다. 당시 미국과 일본의 기상청은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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