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단·사회 각층 1년간 논의
미세먼지 감축 등 29개 과제 확정
전기료에 환경비용 50%이상 반영
경유가격, 휘발유 수준 인상 제안
“저탄소 대전환… 금주 정부 제출”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경유 가격을 휘발유 가격 수준으로 인상하고 이르면 2035년부터 무공해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만 국내에서 신차로 팔 수 있도록 하자는 정책 제안이 마련됐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사회·경제 구조에 대한 과감한 체질 개선 없이는 탄소 경제라는 성장의 덫에 빠져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지금 당장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첫걸음에 동참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번 정책제안 마련을 위해 지난 1년간 100여 차례에 걸친 분야별 전문위원회·포럼과 500여명으로 구성된 국민정책참여단의 예비·종합 토론회를 거친 후 산업계와 지자체 정부 각 협의체 및 자문단 등 사회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지난 20일 본회의를 통해 제안이 확정됐다.
이번 제안은 2050 탄소중립 실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고 첨예한 쟁점이 예상되는 8개 대표 과제와 기존 정부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21개 일반과제 등 총 29개 과제로 구성됐다. 주요 8개 대표 과제는 △2030 미세먼지 감축목표 설정 △지속가능발전-녹색성장-기후변화를 아우르는 국가비전 마련 △자동차 연료가격 조정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 청사진 마련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등 국가전원믹스 개선 △환경비용 및 연료비를 반영하는 전기요금 원칙 확립 △미세먼지-기후변화 연계 다자제도 구축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연구기관 설치 등이다.
국민정책제안은 우선 미세먼지의 획기적인 감축을 위해서 현행과 같은 5년 단위 단기 대책이 아닌 10~20년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 2030년 초미세먼지 농도 감축 목표를 현행 대기환경기준이자 세계보건기구(WHO) 잠정 목표 3단계 수준인 15㎍/㎥로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주목할 만한 제안으로는 2040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40%를 차지하면서도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으로 지적된 석탄발전을 2045년 전까지 0으로 감축하고,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천연가스를 활용한 국가전원믹스 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또 2035년이나 2040년까지 수송 부분의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무공해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만 국내에서 판매가 허용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담겼다.
아울러 경유차 수요 억제를 위해 휘발유와 경유 상대 가격을 100대 95나 100대 100으로 다년간 점진 조정한다는 제안도 포함됐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현재 경유세가 1ℓ당 530원, 휘발유세가 1ℓ 당 746원이니 세금을 조정해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라며 “3∼5년 단계적으로 100대 95로 조정한 후 그 후 100대 100까지 맞추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피해나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 손실 등 환경비용이 전기요금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아 석탄발전이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는 현행 전기요금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전기요금에 환경비용(50% 이상)과 연료비 변동을 반영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밖에 ‘저탄소 녹색 성장 기본법’을 ‘탄소 중립 사회를 위한 녹색전환 기본법’(가칭)으로 개정하고, 기후·환경 관련 위원회들을 통폐합하는 방안도 담겼다. 또 ‘동북아 미세먼지-기후변화 공동대응 협약’을 구축할 것도 제의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금주 중에 국민정책제안을 정부에 제출하려고 한다”며 “향후 정책 타당성의 효과를 검증하고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국민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제안된 내용들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