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수출·산업 등 어려움 없어
美·EU의 탄소세 도입 대비해야
산업·금융계 기후위기 관심 커져"
반기문 "바이든, 기후와의 전투 각오 대단"
韓, 이산화탄소 배출 ‘G7’ 오명
환경교육은 부재… 정부 나서야
비전 담은 중장기 대책 마련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미국 환경분야 정책 전환이 뚜렷해질 것 같다.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조명래 환경부장관(이하 조 장관)=“흔히들 우리나라를 ‘기후악당’ 국가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우리가 그런 자조적인 표현을 버려야 할 것 같다. 이제부터는 한국이 환경 선도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출과 외교, 산업 정책 등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하 반 위원장)=“바이든 당선인은 인수위원회를 통해 4대 중점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는 코로나바이러스 퇴치, 두 번째는 번영을 위한 전투, 세 번째는 인종차별 해소, 마지막으로 기후와의 전투(The battle to save the climate)를 꼽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기후변화에 대한 각오가 대단하다. 대통령 기후특사인 존 케리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멤버로 포함시켰는데, 미국 역사상 NSC에 기후특사가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향후 기후위기 대응에 높은 정책적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유럽연합(EU)이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그린딜’을 통해 제시했던 탄소국경세 도입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대응방안은?
△조 장관=“미국과 EU의 탄소국경세 도입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마련되지는 않았으나 수출 중심 국가인 우리나라는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협의해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우리의 주력은 탄소집약경제 체제다. 시멘트와 석유화학, 정유 그리고 철강 중심이다. 네 품목만 합쳐도 우리 수출 물량의 21.2%를 차지한다. 지금 같은 고탄소제품은 더 이상 수출을 못하기 때문에 주력산업에 대해 저탄소 내지 탈탄소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국내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도 당장 올해 말까지 2050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본예산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LEDS의 초안은 이미 마련돼 있다. 지난해 ‘2050 저탄소사회’ 비전 포럼을 통해 참여자들 제안을 받아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작년 말 회의에서 시나리오상 최대 감축량은 2050년 감축 가능성에 대해 최대한 75%까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회의 마지막날 제가 시나리오에 탄소중립을 넣자고 제안했다. 올해 범정부협의체에서 부처 간 의견을 나눌 때 환경부가 암묵적으로 넷제로안을 갖고 협의를 진행하는 등 여러 차례 넷제로를 역설해 왔다. 연말 전에 보다 명확한 의지 또는 목표를 정부 차원에서 발표할 것이다. 내년에는 범정부적으로 넷제로를 하기 위해 국민 의견을 수렴해 시나리오 및 로드맵 만드는 일을 할 예정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한국은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반 위원장=“독일의 저명한 연구단체 저먼워치(German Watch)가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61개국 중 58위를 기록했다. CCPI 평가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와 기후정책 부문에서는 보통 수준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59위, 에너지 소비량은 61위로 거의 꼴찌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에서 7번째로 많아서 나쁜 의미로 ‘G7’이다. 이를 고쳐야 하는데 국민들과 정부 관리들에게 ‘내재화’가 잘 안 돼 있다. 우리나라가 넷제로 선언을 이제라도 한 것은 다행이라고 본다. ‘너무 늦은 것은 없다(Never too late)’란 말이 있다. 우리도 지금 선도 대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다.”
-석탄발전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7.9%, 미세먼지 배출량의 9.2%다. 그런데도 전체 발전량의 40%다.
△조 장관=“우리나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량(NDC)은 현재 2017년 대비 24.4%로 결정돼 있다. 일단 올해 안으로 제출해야 하는 목표치는 그대로 제출한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 확정해놓은 대로 2030년 감축 추세가 그대로 이어지면 2072년이 돼야 넷제로 달성이 된다. 2050 넷제로하는 것과 괴리가 있기 때문에, NDC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올해 안으로 LEDS를 발표하면, 추후 국민과 충분한 소통 등을 통해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된다는 전제하에 우리 정부 임기 이내에 NDC를 상향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
-외국과 견줘 국내 기후변화 위기감은 어떤가.
△반 위원장=“현재는 기업이 정부보다 앞서 나간다. 지난 10월에 정세균 총리가 수소경제위원회를 처음으로 소집했다. 이런 것들이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다. 국내에서 여러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지내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이 바로 환경교육의 부재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에서 7번째로 많아서 나쁜 의미로 ‘G7’으로 불리는데도 국민과 정부 관리들이 기후변화 문제 ‘내재화’가 잘 안 돼 있다. 교육부에는 환경교육 담당이 없다. 환경부에 있는 환경교육담당관이 유일하다. 그래서 제가 시도교육감들에게 개인적으로 생태와 기후관련 교육을 해달라고 당부 편지를 썼다. 초등학교 과정부터 피와 살이 되도록 환경교육을 시켜야 한다.”
-최근 정부는 물론 산업·금융계에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커진 느낌이다.
△조 장관=“장관의 브랜드 정책 과제 중 하나인 녹색산업과 관련해서 산업계와 긴밀한 소통을 하고 있다. 주요 석탄발전 기업이었던 삼성물산과 한전이 탈석탄을 선언했다. SK그룹의 RE100 가입 신청을 시작으로 LG화학 등도 가입을 추진하는 등 기후 리스크에 선제대응을 하고 있다. KB, 신한, NH, 삼성 등도 연이어 녹색금융을 선언하고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지난달에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사회·경제구조의 과감한 혁신을 담은 중장기국민정책제안을 내놨다.
△반 위원장=“지난해 발표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정책은 단기정책이었다. 중병 걸린 환자에 대한 응급조치 차원이었다. 그런 단기정책은 성공했다. 미세먼지를 27% 감축했다. 이제 중병환자가 일반 병실로 나왔다고 본다. 일반실로 온 환자를 위한 것이 중장기 정책이다.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에는 지속가능 발전과 녹색성장, 2050 탄소중립 등을 포괄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이 담겨 있다. 특히 수송·발전 분야에 대한 대책을 종합적으로 도출했다. 또 하나는 거버넌스의 문제다. 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만들자고 하셨다. 꼭 필요하다.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위원회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국가기후환경위원회,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등 4개 위원회에서 유사업무를 중복 수행한다. 불필요한 절차를 반복하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예산 및 인력 낭비도 초래된다. 문 대통령께서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제안했으니 이를 중심으로 해서 전면적으로 통합·개편해야 한다.”
대담=이천종 경제부장, 정리=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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