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18.6도로 35년만에 최저를 기록한 8일 시민들은 외투와 방한용품으로 중무장을 한 채 출근길에 나섰다. 강추위에 바람까지 강해 이날 아침 체감 온도는 영하 25도까지 떨어졌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한자리에 가만히 서 있지 못하고 계속 발을 구르며 몸을 움직였다. 마스크에서 나온 입김이 속눈썹에 서린 후 그대로 얼어버리기도 했다.
선릉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나모(38)씨는 “아침에 생수를 들고 나왔는데 잠깐 걸었더니 살얼음이 생겼다”며 “회사 사무실에서도 추워서 외투를 입고 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3)씨는 “자취하는 원룸 주인이 ‘수도관과 보일러가 얼 수도 있다’며 어제부터 자주 연락해 오길래 물을 조금 틀어놓고 나왔다”며 “회사에서도 교통 혼잡과 한파를 우려해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늦췄다”고 말했다.
극심한 한파에 버스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교통체증 우려가 적은 지하철에 시민들이 몰리기도 했다.
강남에서 종로로 출근하는 정모(30)씨는 “평소 택시를 타고 다니는데 폭설이 내린 뒤 며칠은 계속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며 “오늘도 집 근처에서 추돌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보고 지하철을 탔다”고 했다.
도로는 대부분 제설작업이 끝나 전날과 같은 큰 혼잡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곳곳에 얼어붙은 구간이 생겨 차들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해 평소보다 이동 시간이 길어졌다.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서울로 출근한다는 김모(28)씨는 “어제는 길이 막힐까봐 걱정돼 지하철을 탔는데 오늘은 도로가 정비됐을 것 같아 버스로 출근했다”며 “길이 얼어서 차들이 서행한 탓에 평소보다 2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27)씨도 “평소엔 대기 중인 택시를 바로 탈 수 있었는데 오늘은 날이 추워서인지 (택시 앱으로) 웃돈을 내고 우선 배차를 받아야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며 “도로에서도 차들이 속도를 내지 못해 출근에 좀 더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6도로, 2001년 1월15일과 같았다. 이는 1986년 1월5일 기록된 영하 19.2도 이래 35년간 서울의 하루 최저기온 중 공동 최저기록이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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