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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인문정원] 지구의 ‘종말 시계’는 몇 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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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25 22:28:14 수정 : 2021-06-25 22: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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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추 동물 중 30%가 멸종위기
자정 3분 전으로 당겨진 ‘종말 시계’

몇 해 전 뉴질랜드에서 자연사박물관을 들른 적이 있다. 오클랜드 시내의 자연사박물관을 돌아보는 동안 가장 경이로운 순간은 대형 조류의 박제를 만났을 때다. 이제는 멸종으로 다 사라졌지만 모아(Moa) 새는 키가 3.7미터, 몸무게 230킬로그램에 달하는 압도적인 크기로 눈길을 끌었다. 불과 100년 전 이런 날지 못하는 대형 조류가 긴 다리를 껑충거리며 섬을 돌아다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지금도 숱한 생물종이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 등으로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아마도 다음 세기의 인류는 눈표범, 자바호랑이, 흰수염고래, 코뿔소, 매너티, 듀공 같은 포유류를 더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유혈 폭력과 전쟁, 파시즘, 노예무역, 홀로코스트, 생태계 무차별 파괴, 쓰레기 양산 같은 인류의 죄악으로 지구 역사는 얼룩이 졌다. 하지만 지구는 1000만종 넘는 생물이 생태계 안에서 상호 작용을 하며 균형을 이루고 생명이 번성하는 유일한 별이다. 처음으로 지구 바깥에서 지구를 바라본 우주비행사들은 이 녹색별의 아름다움에 취해 감탄을 했다. 지구와 견줄 수 있는 아름다운 별은 우주 어디에도 없다. 이 작은 별을 거점 삼아 생존을 이어 온 인류는 어느 시점부터 지구생태계의 균형을 망가뜨리고,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10년 10월 27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회 생물다양성총회에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생물종 연구 보고에서 해마다 많은 척추동물이 멸종되고, 그보다 더 많은 무척추동물이 사라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를 보고 다들 충격에 빠졌다. 현재 양서류 6638종 중 41퍼센트, 어류 3만1600종 중 15퍼센트, 파충류 9084종 중 22퍼센트, 포유류 5490종 중 25퍼센트, 조류 1만27종 중 13퍼센트, 식물 30만7674종 중 68퍼센트, 무척추동물 130만5250종(곤충 100만종 포함) 중 30퍼센트가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

장석주 시인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20만년쯤이다. 인간은 불과 도구를 다루고, 언어로 쓰면서 진화상의 약진을 거듭한다. 인류 진화사에서 분기점이 된 농업은 1만년 전에 시작되었다. 인류는 사냥과 채집 활동을 그만두고 정착해 토지를 갈아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는 농경 시대로 들어선다. 그즈음 야생동물을 길들여 땅을 갈고 짐을 이동하는 데 이용하고, 동물에게서 젖과 고기, 가죽을 얻었다. 인류의 식생활은 안정되고 풍요해졌으며, 인류는 더 똑똑해졌다. 여기에 더해 ‘손재주, 지략, 융통성, 꾀, 협동’(애커먼)을 배우고 익히며 지구 정복자라는 지위를 얻었다.

기원전 1000년에 지구 인구는 100만명 안팎이었다. 기원후 100년에는 3억명으로 늘었다. 16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명화 ‘모나리자’를 그리고 군사와 건축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동아시아의 조선에서 사임당 신씨가 낳은 율곡 이이는 호조좌랑에서 시작해 이조판서의 자리까지 올랐다. 르네상스 부흥기인 이 당시 지구 인구는 5억명이다. 인구 80억명에 도달한 인류는 지식, 지혜, 유머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협업한 결과 과학과 산업의 발전은 정점을 찍는다. 인류가 일군 문명이 최고의 수준에 이른 지금, 어쩐 일인지 미래학자들이 예측하는 지구의 근미래는 그다지 밝지가 않다.

지구의 ‘종말 시계’는 여전히 빠르게 째깍대며 움직인다. 2015년 현재, 자정 5분 전에 맞춰져 있던 지구 ‘종말 시계’의 시곗바늘은 자정 3분 전으로 당겨졌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지구온난화, 열대우림 남벌, 오존 손실, 해양 산성화, 유해물질과 변이 생물체를 퍼뜨린 당사자가 누군가? 나와 당신, 바로 우리들이다.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인류는 지구 생물의 대멸종을 불러오는 유해동물이다. 지구에 기생하며 파종성 영장류 질병을 퍼뜨리는 유해균이라는 점에서 인류는 지구의 재앙이고 골칫덩이로 등장했다. 과연 인류는 지구의 종말 시계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을까?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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