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대니산 패러글라이딩 성지로 인기몰이 세상이 발아래 ...WOW ! /낙동강 레포츠밸리 시원한 물보라 ...COOL!/웨이크보드·윈드서핑 등 낙동강 질주 짜릿/달서별빛 캠핑장 노을 내리면 낭만 여름
“자! 갑니다! 가자! 가자! 뛰어! 뛰라고!” 신병훈련소 조교처럼 뒤에서 거세게 몰아붙이는 파일럿의 고함. 하지만 발 앞은 깎아지른 낭떠러지. 그래도 사내가 이 정도쯤이야. 눈을 한번 찔끔 감았다 뜬 뒤 정신을 번쩍 차리고 죽을힘을 다해 절벽을 내달린다. 벼랑 아래로 곤두박질칠 것 같은 두려움이 2∼3초쯤 온몸을 짓누를 즈음, 어느새 발은 허공을 마구 휘젓고 추락하던 몸은 맞바람을 타고 새털처럼 가볍게 낙동강 위를 둥실 날아오른다.
#‘대프리카’ 더위 날리는 패러글라이딩
최근 10년간 하루 최고 온도가 33도가 넘는 평균 폭염일수 32일. 전국 평균 14.9일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경북 대구를 왜 아프리카에 빗대 ‘대프리카’라고 부르는지 알겠다. 7월 중순으로 접어드는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섭씨 35도.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며 머리가 타들어가는 것 같다. 하지만 ‘이열치열’이라 했다. 더위는 극강의 더위로 잊는 법. 승용차에 몸을 싣고 요동치는 가파른 비포장 임도를 따라 대니산에 오른다. 요즘 버킷리스트에 한 번쯤 넣어 놓는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달성군 구지면과 현풍읍 경계에 있는 해발 높이 408m의 대니산은 요즘 패러글라이딩의 성지로 뜨고 있다. 소문난 단양, 양평, 영월보다 활공장 규모는 작지만 낙동강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대니산을 휘감아 흘러가는 멋진 풍경을 즐기며 하늘을 날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에서 덜컹거리며 산을 오르던 차는 20여분 만에 활공장에 도착한다. 푸른 하늘 아래 겹겹이 쌓인 산자락을 거느리고 굽이굽이 흘러가는 낙동강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저 멀리 가야산과 바로 앞 비슬산도 어우러지며 산수화를 그린다. 낙동강 서쪽으로 펼쳐지는 현풍면의 드넓은 평야도 그림같다.
활공장에 이미 파일럿 없이 혼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고수들이 패러슈트를 넓게 펼치고 하늘을 날 준비를 한다. 잠잠하던 깃발이 펄럭이며 앞바람이 도착했다는 신호를 알리자 50대 중년의 남자가 힘차게 앞으로 내달린다. 순식간에 하늘로 붕 뜨며 멋지게 비상하는 듯하더니 아뿔싸! 그만 바로 앞 숲 덤불로 곤두박질치며 처박히고 만다. 30여분 뒤 어렵게 패러슈트를 끌고 올라온 그는 땀범벅이다. “저 앞의 소나무 보이죠? 저기에 꼬락박은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에요. 맞바람이 좀 덜 불었어요. 100여 차례 점프했는데 30여 차례 이륙에 실패했네요.” 사내는 멋쩍게 웃으며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더니 좀 있다 다시 도전하겠단다.
그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겁이 덜컥 난다. 저렇게 추락하면 어쩌지. 여기서 그냥 돌아설까. 주저주저하며 고민하는 사이 다른 건장한 사내가 거침없이 비탈길을 내달리더니 사뿐히 하늘로 날아오른다. 숲을 넘어 낙동강 위를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이 예술이다. 그래, 전문 파일럿과 함께 비행하니 괜찮겠지. “도전!”을 선언하고 호기 있게 활공장에 섰다. 파일럿 신호에 맞춰 죽을힘을 다해 앞으로 내달린다. 한 3초나 지났을까. 순식간에 몸이 가벼워지며 붕 뜨더니 하늘을 훨훨 날아간다. 발아래 펼쳐지는 강물 풍경이 아찔하다. 하지만 푹신푹신한 솜이불 위에 앉은 듯, 예상밖의 너무도 안전한 비행에 금세 마음이 평온해진다. 뺨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은 대프리카의 열기에 흐른 땀도 금세 뽀송뽀송하게 말려준다. 10여분 남짓 하늘을 날고 사뿐히 착륙하니 ‘에이, 별것 아니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좀 심심하다. 다음에는 혼자 날아보리라. 또 다른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시원한 수박 한 입 베어 물자 대프리카 무더위는 온데간데없다.
#수상스키 타고 짜릿하게 낙동강 위 날아볼까
대니산 활공장에서 내려다보이던 낙동강으로 향한다. 여름을 더욱 시원하게 즐기는 낙동강 레포츠밸리 수상레저센터가 대니산 아래 자리 잡고 있다. 계류장으로 들어서자 푸른 하늘 아래 청룡산과 대봉산 자락이 낙동강을 따라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이 여행자를 맞는다.
웨이크보드를 신고 계류장에 걸터앉은 30대 여자. 보트에 연결된 줄을 단단히 잡는다. 신호에 맞춰 보트가 출발하자 가볍게 떠오른 여자는 좌우로 멋진 곡선을 그리며 빠르게 물 위를 날아간다. 여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하게 미끄러지며 낙동강을 즐긴 뒤 10여분 뒤에 계류장으로 돌아온다. 관객의 시선을 의식했을까. 순식간에 공중으로 멋지게 날아오르는 점프쇼를 선보이자 초보자들 사이에서 “와∼” 하는 부러움과 시기의 탄성이 터져나온다.
다음은 온몸이 구릿빛으로 그을린 30대 사내 차례. 굵은 팔뚝의 심줄을 자랑하며 원스키에 오르더니 힘차게 물살을 가른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투스키보다 훨씬 어려운 원스키는 수상스키의 고수들만 도전하는 종목이다.
달성군 구지면 구지서로에 있는 낙동강 레포츠밸리는 캠핑과 수상레저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여름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수상레저센터에서는 윈드서핑, 딩기요트, 수상스키, 웨이크보드, 카약, 패들보트, 바나나보트, 플라이피쉬, 제트스키 등 거의 모든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다. 초보자들도 기능훈련을 받은 뒤 웨이크보드 등에 도전할 수 있는 아카데미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별과 함께 즐기는 도심캠핑엔 낭만 가득
대구에는 독특한 숲이 있다. 절벽에 기대어 있는 도동측백나무숲으로 1962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지정된 천연기념물이다. 동구 팔공로 불로천 전망대에 서자 절벽을 뒤덮은 측백나무숲과 670년(문무왕 10)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관음사가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높이 5~7m에 이르는 절벽에 100여 그루의 측백나무만 빽빽하게 자라는 독특한 풍경이 불로천에 그대로 투영되는 모습이 장관이다. 측백나무는 주로 단양, 울진, 안동 등에 분포하는데 측백나무의 남방 한계선인 대구에 군락을 이루고 있고 불로천 하식애 면에서 자생하기에 식물지리학 및 생태학적으로 가치가 높다. 안쪽의 측백나무숲 속으로 좀 더 들어가면 측백나무 1200여 그루 사이로 굴피나무와 굴참나무,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함께 자란다.
북구 문주길 대구국제사격장은 땡볕을 피해 시원하게 실내에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2008년 문을 사격장은 19만8000여㎡ 규모로 공기소총, 권총, 클레이사격, 스크린 사격장, 전투 체험장까지 갖췄다. 권총사격이 가장 인기가 높다. 실탄을 넣어 직접 방아쇠를 당기는 손맛이 짜릿하다.
차박이나 캠핑을 하려면 보통 경치 좋은 곳으로 차를 끌고 두세 시간은 달려가야 한다. 달서별빛캠프 캠핑장은 이런 수고를 덜면서 대프리카의 열기를 식혀준다. 달서구 앞산에 있어 도심에서 아주 가깝다. 캠핑장으로 들어서자 대구 도심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이다. 앞으로는 대구시내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주말을 맞아 캠핑사이트는 이미 만원. 워낙 인기가 높아 몇주씩 기다려야 한단다.
한 가족이 둘러앉아 오손도손 삼겹살 굽는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숲속 데크캠핑장이 최고다. 대구시내 전망은 없지만 아주 깊은 숲속에 들어온 듯 고요하고 피톤치드가 가득하다. 특히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캠핑사이트 11개가 띄엄띄엄 놓여 호젓한 캠핑을 즐기기 좋다. 차를 곁에 세우는 오토캠핑장 15개 사이트와 카라반도 14개를 갖췄다. 카라반에 들어가 보니 작은 호텔같아 편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겠다. 대구시내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이 지나고 어둠이 내리자 대구시내 야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캠핑장 이름처럼 별빛마저 내려앉으면 낭만적인 여름날 캠핑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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