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재추진 여부는 국토부로… 환경영향평가 다시 받아야
환경부가 20일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를 반려하자 찬반 갈등이 재확산하는 모양새다. 제2공항 재추진 여부의 ‘공’은 다시 국토부로 돌아갔다. 국토부가 재차 사업을 추진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됨을 들어 사업 추진이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 중이어서 국토부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545만7000㎡ 일대에 총 5조1229억원을 들여 연간 199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공항을 짓는 사업이다. 국토부가 제시한 개항연도는 2025년이었다.
이날 환경부가 반려 결정을 내린 환경영향평가서는 국토부가 2019년 9월 환경부에 ‘본안’을 제출한 뒤 두 차례나 보완해 올린 평가서다. 환경부는 반려 사유로 △비행안전이 확보되는 조류 및 그 서식지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시 최악 조건 고려 미흡 및 모의 예측 오류 △다수의 맹꽁이(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 결과 미제시 △조사된 숨골에 대한 보전 가치 미제시 등을 적시했다.
국토부가 사업을 재추진하려면 사업계획서를 다시 낸 뒤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환경부의 반려 조치로 제주 제2공항 찬반 단체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반대 단체 “제2공항 백지화 선언해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은 3차례 보완에도 국토부가 추진해온 제2공항 건설계획이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을 갖추지 못했음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며 “국토부는 지체할 것 없이 제2공항 백지화를 공식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2공항을 둘러싼 6년간의 갈등은 이제 마침표를 찍게 됐다”며 “이번 결과는 주민 수용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결실을 남겼고 환경파괴와 난개발에서 제주를 구하려는 도민사회의 위대한 승리”라고도 했다.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도 “환경부가 반려 사유로 제시한 조류 서식지 보전방안, 항공기 소음 예측, 법정보호종 영향 등은 제2공항이 건설되면 훼손이 불가피해 절대 해소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제2공항 사업은 주민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전략환경영향평가절차에서 협의 대상조차도 되지 못한 사업임이 확인된 만큼 폐기하고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녹색당 “‘부동의’가 아닌 ‘반려’ 재협의 여지 ‘유감’…국토부 사업 철회해야”
정의당제주도당은 “백지화를 위한 ‘부동의’가 아닌 ‘반려’를 함으로서 재협의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은 강한 유감”이라고 논평했다.
정의당은 “국토부가 초안, 보완, 재보완 등 3번을 시도했지만 환경부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은 공항 입지로서 성산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월 제주도민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주민 동의도 얻지 못하고, 공항입지도 적절하지 않다면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도리이다. 더 이상 강행할 명분이 없다. 국토부는 백지화를 선언하고, 혼란과 갈등을 야기한 모든 계획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주장했다.
제주녹색당은 논평을 내고 “국토부는 엉터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작성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제2공항 사업 전면 철회 입장을 공식화하라”고 주장했다.
◆찬성단체 “정치권에 놀아난 환경부…성산 외 대안 제시해도 반대할 것”
반면 제2공항 건설을 찬성해온 주민과 단체는 환경부의 반려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오병관 제2공항성산읍추진위원장은 “현 제주공항의 안전에 문제가 있음에도 이러한 결정을 하는 것은 정치적인 행위”라며 “제주도민을 비롯해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외면한 중대한 과오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제2공항건설촉구범도민연대 성산읍청년희망포럼 “환경부의 반려 결정은 6개의 환경영향평기관에 의뢰한 곳 중 대다수가 부합의견을 제출했음에도 환경부는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제주 국회의원 3인의 농간에 의해 6년간 기다린 제주도민들의 숙원사업인 제주 제2공항을 또 다시 좌절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라며 “환경부는 6곳의 의뢰기관 보고서를 즉시 공개해 왜 반려라는 결정을 했는지 한치의 의혹도 없이 공정성과 객관성에 근거해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제주 국회의원 3인이 제2공항 성산 예정지 외에 어떤 다른 대안을 제시해도 제주도 동부 주민들은 분명히 반대할 것임을 천명한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제주도당 “정치적 결정…내년 선거 때까지 미뤄 정치적 손해 보지 않겠다는 것”
국민의힘제주도당 장성철 위원장은 논평을 내고 “국토부와 환경부가 그 동안 핑퐁게임 하듯이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제주 제2공항 정상 추진 결정을 회피해 온 것의 연장선에 다름 아니고,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2021년 대통령선거 때까지 제주 제2공항 결정을 미뤄서 정치적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은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에 대한 협의 절차가 세 번에 걸쳐 이뤄졌기 때문에 정상적인 결정을 하게 된다면 재보완서에 대해서 최소한 조건부 동의는 이뤄져야 타당하다 할 것”이라며 “환경부의 재보완서에 대한 반려 사유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면, 앞으로 제주지역에서는 어떠한 종류의 대형 SOC 사업은 불가능하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제주지역 송재호·오영훈·위성곤 3명의 국회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지원을 배경삼아 ‘환경부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압력’을 행사한 결과로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쏘아붙였다.
◆원희룡 “통탄할 정도 한계 느껴…다음 정부 정상 추진해야”
원희룡 제주지사는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대선 예비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제주 제2공항은 필요해서 진행된 국책 사업이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반대 단체와의 결정을 미루는 것 때문에 갈등은 갈등대로 (해결)진척 안되고 너무 가슴 아프고 통탄할 정도로 도지사로서 분권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라며 “(갈등)조정 등 아쉬운 점 있지만, 다음 정부 다음 대통령이 전혀 새로운 추진력과 조정능력을 갖고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국회의원 3인 “환경부 결정 존중…항공인프라 확충 필요성 없어진 것은 아니”
송재호·오영훈·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제주지역 국회의원 3명은 논평을 내고 “환경부의 최종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환경부의 반려 조치에도 제주지역의 부족한 항공인프라 확충 필요성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제주도민의 선택을 최우선으로 존중한다는 입장 역시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정으로 지난 6년 넘게 지속한 제주 도민사회 갈등이 종식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며 “제주도민과 함께 갈등을 최소화하고, 삶의 질 향상, 안전성과 편리성, 지역 균형발전 등에 초점을 맞추고 고민해 새로운 대안과 해법을 찾는 데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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