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백질 함량 높으면 가축 비육 좋지만
탄소 발생이 문제… 저감 사료 필요성 제기
1% 줄이면 연간 온실가스 35만t 감축
축산 사료 조단백질 함량 제한 방안 마련
상한 없는 가금류 사료도 기준 설정키로
벼농사엔 물대기 조절 저탄소 농법 전파
재생에너지 사용 등 ‘탄소 줄이기’ 총력전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으로 새로운 기후체제가 들어서면서 세계 농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은 농지 감소, 친환경 농업 확산, 디지털화 등 영향으로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환경부의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2019)에 따르면 1990년 농업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전체 배출량의 7.2%가량인 2100만t으로 추산됐으나 2017년에는 2040만t, 전체의 2.9%로 배출량과 비율 모두 줄었다.
국가 총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농업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농업계도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던 축산 분야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2040만t 중 축산 분야 배출량이 860만t으로 42.2%를 차지한다.
축산 분야 대부분의 온실가스는 가축의 분뇨와 트림에서 발생한다. 배출은 가축의 생리현상이므로 막을 수 없지만, 가축이 먹는 사료 성분을 조절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사료 내 조단백질 함량(전체 질소 함량에 질소 계수를 곱한 단백질 함량)을 제한하는 방안을 지난달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단백질 함량이 높을수록 비육에 좋다는 인식 때문에 사료업계가 고함량 조단백질 경쟁을 해왔다. 이 때문에 국내 양돈 사료 조단백질 함량은 덴마크, 핀란드보다 5~6%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가축이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단백질이 분뇨 내 잉여 질소로 배출되면서 악취와 온실가스 발생 문제를 야기했고, 현장에서는 환경부담 저감 사료 보급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립축산과학원 연구 결과 양돈 사료 내 조단백질 함량을 1% 낮추면 분뇨 발생량이 2% 감소하며 축산악취 물질인 암모니아가 최대 10% 저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단백질 함량 1% 감축 시, 퇴비 부숙(썩혀서 익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N2O)를 낮춰 연간 온실가스를 35만5000t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됐다.
농식품부는 환경부담 저감 사료 보급 및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사료업계, 학계 전문가, 생산자단체 등과 회의를 거쳐 사료 내 잉여 질소 감축에 합의했다.
2016년 조단백질 함량 규정이 마련된 양돈 사료의 경우 현재 기준보다 조단백질 비율을 2∼3%(모돈은 1%)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출하를 앞둔 85㎏ 이상 돼지 사료는 조단백질 비율이 현행 16%에서 14%로 제한되며, 7㎏ 이하 아기돼지는 23%에서 20%로 제한된다.
다만 최근 사료업계가 자체적인 악취·온실가스 저감 노력에 따라 이미 양돈 사료의 조단백질 비율을 기준보다 평균 2∼3% 낮게 제조해온 것을 고려해, 향후 연구를 통해 적정한 조단백질 함량 기준을 찾아 비율을 추가로 낮출 계획이다.
조단백질 비율 상한이 없었던 가금류와 소 사료에 대해서는 현재 유통되는 사료 수준을 고려해 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낮출 수 있는 조단백질 배합 비율을 개발할 방침이다.
또 다른 가축 사료 과제는 반추동물의 장내 발효를 줄이는 사료를 개발하는 것이다.
소, 양, 염소 등 되새김질을 하는 가축은 그 과정에서 트림하며 많은 양의 메탄가스를 내뿜는다. 소 한 마리는 매년 70~120㎏의 메탄가스를 배출하는데 메탄가스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약 20배에 달한다.
현재 유엔 지속개발위원회와 네덜란드 사료회사가 협력 개발한 사료 첨가물이 세계 각국에서 순차적으로 테스트되고 있다. 한국은 해당 제품 테스트를 추진하는 동시에 한국 축산환경에 적합한 장내 메탄가스 생성 저감 배합사료를 연구 중이다. 농식품부는 일반 배합사료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반추동물용 섬유질 배합사료 기준도 마련해 고시할 예정이다.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의 29%를 차지하는 벼농사의 경우 저탄소 농법이 확산 중이다. 논에 물이 채워져 있으면 내부 미생물로 인해 용존산소(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가 소모되면서 메탄이 발생한다. 이를 줄이는 방법은 논에서 물을 떼는 기간을 늘리고 담수 시에도 물양을 줄이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출수 30∼40일 전 논물을 배수해 논바닥에 실금이 보일 때까지 2주 이상 논을 말리는 ‘간단관개’(중간 물떼기)와 간단관개 후 2∼3㎝까지 물을 담았다가 자연 소모되어 논바닥에 실금이 보이면 다시 물을 대는 ‘얕개대기’를 권장하고 있다.
이런 논물관리는 온실가스 배출과 농업용수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생산량과 품질을 높일 수 있다. 농식품부는 전북 익산 등지에서 저탄소 벼 논물관리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농업계는 또 재생에너지 사용, 다겹보온커튼·히트펌프 보급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농법 확대와 화학비료 절감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신기후체제 도입에 따라 농업 전 분야에서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목표를 탄소중립위원회와 협의 중이며 이달 중 결과가 나올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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