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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 정부서 월성원전 돌아갈 것 같냐”… 산업부 ‘조기폐쇄’ 압박

입력 : 2021-08-26 17:41:43 수정 : 2021-08-27 08: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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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前 장관 등 공소장서 확인

한수원 관계자들 모인 자리에서
에너지실장, 스피커폰 통해 발언

원전정책과장, 정재훈 사장에 전화
“즉시 중단이 산업부의 입장” 강조
‘경제성 없다 평가돼야’ 취지 발언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과. 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공무원들이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를 밀어붙이면서 “현 정부에서 월성 1호기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으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월성 1호기는 경제성이 있다’는 한국수력원자력 측의 반발에 대해선 “원전을 제대로 못 돌리면 어차피 경제성도 없는 거 아니냐”는 발언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산업부가 월성 1호기를 폐쇄할 것을 윽박지르는 비정상적인 광경이다.

 

26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탈원전 수사’ 관련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의 공소장에서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박모씨가 원전산업정책과장 정모씨에게 “한수원 측은 왜 자꾸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있다고 말을 하느냐”며 “원전을 제대로 못 돌리면 어차피 경제성이 없는 것 아니냐, 그 사람들은 상황을 똑바로 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적시했다. 박 실장은 이어 “한수원이 월성 1호기에 대해 무슨 말을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일축하고 “현 정부에서 월성 1호기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냐”고 반문했다.

 

박 실장의 발언은 2018년 4월4일 정 과장이 “한수원 사람들이 계속 (월성원전에) 경제성이 있다고 얘기한다”는 전화 보고에 답변하면서 나온 것이다. 정 과장은 이 발언을 스피커폰을 켜놓고 통화한 탓에 이 자리에 함께 있던 한수원 관계자들이 모두 들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밝혔다. 검찰은 이 장면을 산업부가 한수원에게 ‘즉시 가동중단 방침을 따르라’고 강하게 압박한 증거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과장은 한수원 관계자들 앞에서 당시 한수원 사장 취임을 하루 앞두고 있던 정재훈 내정자에게도 전화를 건 것으로 조사됐다. 정 과장은 정 내정자에게 “백 장관에게 월성 원전 계속 가동 방안을 보고했다가 질책을 받았다”며 “‘월성 1호기는 한수원 이사회 의결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이 산업부의 명확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 내정자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추진방안 및 향후계획’ 문건도 촬영해 전송했다. 월성 1호기 폐쇄가 산업부의 강력한 의지란 점을 거듭 확인시킨 것으로 관측된다.

정 과장은 이 자리에서 월성원전 경제성에 대한 ‘조작’을 암시하는 발언도 했다. 정 과장은 한수원 관계자들이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중단하는 경우 월성 1호기 잔존가치와 향후 기대수익을 정부에서 보상해 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자 “경제성이 없어 즉시 가동중단하면 한수원에 손실이 없는 것이 아니냐, 비용보전 문제에 관해 나중에 협의하자”며 구체적인 논의를 회피했다.

 

검찰은 이 같은 비정상적인 산업부의 압박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이후 일사불란하게 진행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18년 4월2일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내부 시스템에 ‘월성 1호기 정비 기간 연장 보고서’를 등록하자, 문 대통령은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를 보고 받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곧장 “산업부에 대통령께서 하문하신 내용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월성 1호기'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정 과장은 이튿날인 3일 ‘월성원전 추가가동 의견’을 골자로 하는 보고서를 백 장관에게 제출했다. 이에 백 장관은 정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고 질책하며 “즉시 가동을 중단하는 것으로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 과장은 4일 ‘즉시 가동중단’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문 대통령의 ‘댓글 하명’ 이틀 만에 원전 정책이 180도로 뒤바뀐 것이다.


이지안, 박미영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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