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교묘해지는 ‘기후 변화 부정론’ SNS 타고 확산

英 BBC 보도… “과학적 증거없는 가짜뉴스 범람”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기온 상승에도
인간 활동 아닌 자연계 변동 때문 주장

“빈국 성장 막기 위한 선동” 음모론 제기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 확대 노려

“기후 변화 좋다”는 정면 돌파형도 나와
고위도 지역 등 생활권 넓어져 긍정적

印 뉴델리 유독성 스모그 계속 17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의 스카이라인이 유독성 스모그로 흐릿한 가운데 얼핏 보면 빙산 같은 화학 거품들이 둥둥 떠다니는 야무나강에서 한 뱃사공이 보트에 사람을 태우고 노를 젓고 있다. 뉴델리에 스모그 현상이 2주 가까이 이어지면서 이날 뉴델리 반경 300㎞ 이내의 화력발전소 11기 중 6기가 일시적으로 폐쇄되고 학교가 문을 닫는 등 사실상 봉쇄에 들어갔다. 뉴델리=AP연합뉴스

기후변화가 상수로 자리 잡은 요즘이지만, 아직도 이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기후변화는 없다’고 대놓고 부정하는 대신 ‘기후변화는 맞다. 그러나…’라고 우회 전략을 편다. 원인을 다른 데로 돌리거나 사실은 기후변화에 장점이 많다는 식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단단히 쌓인 만큼 부정론도 더 교묘해지고 있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이달 초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소셜미디어에서 가짜뉴스도 범람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이야기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진술은 ‘인간 활동에 의해 기후변화가 벌어졌으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기후 부정론은 ‘기후변화’ 대신 그 앞뒤로 붙는 구절을 겨냥한다. 먼저 ‘인간 활동에 의해’라는 설명에 의심을 품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유형이 있다. 이들은 수십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한 것은 맞지만, 그 원인은 인간 활동이 아니라 자연계 변동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기후변화는 태양 활동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는 트위터 계정 ‘그랜드 솔라 미니멈’.

이들이 자주 인용하는 이론은 ‘밀란코비치 주기’다. 10억년 주기로 변하는 지구 공전궤도나 4만1000년 주기로 변하는 자전축의 기울기 혹은 2만년 주기로 바뀌는 자전축 방향이 기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태양 극소기’도 뜨는 키워드다. 태양 활동은 11년마다 변하는데 머잖아 태양 에너지가 가장 줄어드는 태양 극소기에 접어들어 사람이 애쓰지 않아도 지구 기온이 자연히 내려갈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밀란코비치 주기나 태양 극소기는 과학계에 존재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밀란코비치는 최소 수만년의 장주기 운동이어서 수십년간 급격히 오른 지구 온도를 설명하지 못한다. 또 태양 활동도 기껏해야 0.1∼0.2도 정도 영향을 준다는 게 과학계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8월 발표된 IPCC 워킹그룹1 6차보고서(WG1 AR6)에서도 “태양 활동 같은 자연적 요인은 지구 기온에 -0.1∼0.1도 영향을 줬다”고 나와 있다.

또 다른 유형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이란 말에 배후가 있다고 믿는 ‘음모론’이다. 이들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말은 화석연료로 실컷 재미를 본 선진국이나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 가난한 나라의 성장을 막기 위한 선동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COP26 폐막을 앞두고 부펜데르 야다브 인도 환경부 장관도 “발전과 빈곤 퇴치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개도국이 어떻게 석탄발전 중단을 약속하겠느냐”며 “개도국은 화석연료를 사용할 자격이 있다”고 항변했다.

독일 석탄화력발전소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 구름. AP연합뉴스

하지만 화석연료는 온실가스 최대 배출원이고, 이를 줄이지 않으면 지구온난화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 에너지와 산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빈부격차 우려가 있다고 해서 화석연료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BBC는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하면 2050년 세계 경제가 18%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대 피해자는 최빈곤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결론을 뒤집어 기후변화는 좋다고 말하는 ‘정면돌파’형도 있다. 추워 살기 힘들었던 고위도 지역으로 생활권이 넓어져 긍정적 측면도 많다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금세기말 온도 상승 제한 목표를 2도로 잡았다가 이것도 너무 위험하다고 보고 1.5도로 강화한 것에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다. BBC는 이런 주장을 ‘살기 좋았던 많은 지역이 황폐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전형적 체리피킹(유리한 것만 취사선택)’이라고 꼬집었다.

윤지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