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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정 2년의 재앙…롤모델 인도네시아, 해법 찾을까?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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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05 15:07:49 수정 : 2023-03-19 17: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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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 등 국제사회 제재 강도 높여
EU·한국 등 21개국, 미얀마에 ‘아세안 5개 합의안’ 이행 촉구
2023년 아세안 의장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사태 해결 강조
“군정 종식 이후 민주화 한국·인도네시아 경험 교훈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다. 2021년 2월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부는 비상사태를 연장하며 비판을 사고 있다. 비상사태는 첫해 1년, 다음해 1년 연장, 최근 다시 6개월을 늘리기로 하면서 예고된 기간만 2년 6개월이다. 군부는 그러면서 반대세력을 억압하고, 선거참여까지도 저지하는 방식으로 8월 총선을 예고하고 있다. 미얀마 내에서는 민주화세력의 ‘침묵시위’(silent strike)가 펼쳐지고, 국제사회에서는 군부 연결고리에 대한 봉쇄강화와 조속한 원상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을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지난 1월 31일 미얀마 네피토에서 열린 국가방위안보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네피도=AP연합뉴스

침묵시위 vs 비상사태 연장

 

한때 민주화 열차 레일에 어렵사리 올라탄 듯했던 미얀마는 2020년 11월 총선을 즈음해 급격하게 흔들렸다. 결과는 군부세력의 쿠데타로 나타났다. 당시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두자, 다음해 명목상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군부가 입지 약화를 염려해 다시 정치에 개입한 것이다. 군부는 그해 11월 총선을 하루 앞두고 부정행위가 가득하다며 경고장을 날린 뒤, 입지 축소가 현실로 나타나자 군사행동에 나서 수치 고문 등 당시 집권세력의 주요 인사들을 체포·구금했다.

 

최근 이뤄진 비상사태 연장조치에 미얀마와 국제사회의 여론은 싸늘하다. 형식적으로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국가방위안보위원회(NDSC)에 정부군이 테러를 당하는 등 어려움에 빠져있다며 비상사태 연장을 요구했다. 민주화세력을 대표하는 임시정부 국민통합정부(NUG)등은 “군정이 종식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반발했다. 헌법과 법률 조항을 무시하는 군부의 행보에 따라 향후 선거 일정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반대세력과 어떠한 형태의 협상도 거부하고 있는 군부가 여러 문제를 양산하면서 총선 승리를 노린다면 상황은 더 극단으로 악화할 수 있다. 설사 군정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민주화세력과 국제사회가 이런 결과를 쉽게 인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2년 전 쿠데타를 악몽으로 기억하는 민주화세력은 지난 1일 침묵시위를 펼쳤다. 시위대는 주민들은 가정에서 머물고, 가게들은 문을 열지 말라고 권고했다.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반면 국제사회의 비판과 압박 속에서 미얀마 군부는 자국이 ‘비상 상황’에 놓여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일 태국에 거주하는 노동자 등 미얀마 주민들이 방콕 주재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사진을 든 채 저항을 뜻하는 손가락 3개를 펴 항의하고 있다. 방콕=EPA연합뉴스

군정의 폭압에 피폐한 삶…서구의 제재강화

 

비상사태 2년을 거치면서 미얀마의 상황은 재앙으로 변했다. 재앙은 각종 통계 수치로 확인된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Assistance Association for Political Prisoners)와 유엔 등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군부의 핍박으로 숨진 이들은 2900명이 넘는다. 이재민은 150만 명이 넘고, 4만 명은 자신의 집이 불에 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된 아이들은 800만 명에 달했다. 유엔은 1500만 명 이상이 기아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개방 이후 연평균 6%에 달했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쿠데타가 발생한 2021년엔 마이너스 18%를 나타내는 등 혼란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과 서방 등 국제사회는 거듭해 미얀마 사태에 발언권을 높이고 있다. 군부의 인권유린 행위를 중단하라는 요구부터 수출금지 등 각종 제재조치가 잇따랐다. 국제사회는 무기 금수, 계좌동결, 비자발급 금지, 자산동결, 원조 금지 등으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제재엔 서방이 앞장섰다. 영국은 쿠데타 발발 2주년을 즈음한 무렵에 군부에 연료를 제공하는 기업들에 대해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영국 외교부는 미얀마 군부가 금융과 연료, 무기, 장비 부문에 접근하는 것을 봉쇄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호주는 군부를 배경으로 한 미얀마 기업 2곳과 인권침해에 연루된 개인 16명에 대해 쿠데타 발발 이후 처음으로 제재를 가하며 서방의 강경책에 동참했다. 미국의 제재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은 2020년 쿠데타 발발 열흘 만에 군부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지금까지 제재 대상은 개인 74명, 기관 29곳이다.

 

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 교민들이 1일 방콕 주재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저항을 뜻하는 손가락 3개를 펼친 채 군부 정권에 항의하고 있다. 방콕=AP연합뉴스

군정이 최악의 순간이 아니고서는 미국 등의 제재에 손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낮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2010년대 개방 흐름을 타기 이전인 미얀마는 2005년 수도를 네피도로 옮기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외세의 공습에 대비해 지하 깊게 방호시설을 완비했다. 군부가 그 이전부터 미국 등 서구의 군사행동에 대비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지하 시설 설치엔 북한의 도움이 컸다는 소문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발언권이 약한 우리 정부는 1일 미국을 포함한 21개국, 유럽연합(EU)과 함께 외교장관 명의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명의에서 외교장관들은 “미얀마 사태 해결에 있어 아세안의 중심적 역할을 환영하고 지지한다”며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대화 개시를 촉구했다.

 

아세안 역할론…2023년 의장국 인도네시아, 적극 행보

 

아세안의 역할에 다시금 관심이 끌리는 배경이다. 앞서 지난 2021년 4월 열린 아세안특별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미얀마 군정에 대해 5개 사항에 합의했다. 미얀마 정부까지 참여한 당시 회의에서 도출된 합의사항은 비무장 주민에 대한 폭력행위 즉각 중단, 당사자의 건설적인 대화, 아세안 총장의 특사 형식 중재, 인도적 지원, 아세안 특사·대표단 미얀마 방문과 면담 등 5개 사항이었다. 국제사회의 정치범 석방 등은 합의사항에 포함하지 않고 의장성명에서만 설명하며 미얀마 군정의 입장을 일부 배려하기도 했다.

 

4일 아세안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한 회원국 외교장관들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소재 아세안 사무국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자카르타=EPA·연합뉴스

올해 아세안 의장국 지위를 승계한 인도네시아는 이전 의장국들에 비해 보폭을 크게 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최근 자카르타에 소재한 아세안 사무국에 미얀마 사태 종식을 도울 특별팀을 두고, 미얀마에 파견할 아세안 특사를 임명하기로 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미얀마를 방문할 수 있지만, 특사를 파견해 인도네시아의 경험을 전수해 미얀마 사태 해결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군장성 출신을 특사로 파견할 예정이지만, 누구를 파견할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안 된 상태다. 그는 미얀마 쿠데타 발발 2주년을 기념해 이뤄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1998년 수하르토의 신질서 체제를 끝내고 민주주의 과정을 밟은 인도네시아의 사례가 미얀마 군정의 민정 이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얀마 군정에 일부 우호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과는 확연히 결이 다른 행보다.

 

3일과 4일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아세안 외교장관 리트리트(비공식 자율회담)에 참석한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은 개회사에서 “내부적으로, 미얀마의 상황은 우리의 신뢰를 시험하고 있다”며 “미얀마 사태해결은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는 물론, 미얀마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지역 기구로서 아세안 자체의 기능과 타당성 강화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얀마 사태 해결은 의장국 인도네시아가 직면한 큰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 민주화를 염원하는 시위대가 2021년 3월 14일 양곤에서 시위 도중 다친 주민을 급하게 옮기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아세안 접근법 보다 고민할 때"

 

이런 움직임은 아세안의 역내 구조를 아는 이들로부터도 환영받을 수 있다. 톰 앤드류 UN 미얀마 인권 특별대표는 최근 싱가포르의 채널뉴스아시아(CNA)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에 대해 군인출신의 장기 집권체제를 끝내고 민주주의를 경험한 나라로 평가한 뒤, 인도네시아의 경험이 미얀마와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사례도 언급했다. 앤드류 대표는 “한국은 군사정권 체제였다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거치며 민주주의 기반을 다졌다”며 “한국이 (아세안 의장국인) 인도네시아 등과 함께 미얀마의 낙후된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탤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 의장국 인도네시아는 물론, 한국의 역할을 주문하는 국제 여론이 존재한다는 점은 우리로서는 나쁘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민주화운동으로 군사정부의 장기집권 체제를 끝낸 인도네시아와 더불어, 군사정부 이후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거쳐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경험한 한국의 사례는 그만큼 흔치 않다는 이야기다. 국제사회의 요구처럼 국내 시민단체 등에서도 한국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 정부가 시민사회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기는 힘들 수도 있지만, 미·중 갈등 와중에 아세안 외교를 강화하려는 취지를 고려하면 이전과는 다른 접근법을 고민해야 할 지점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얀마 사태에 대한 시각이 그만큼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의 보다 면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연재 순서>

 

레포르마시의 상징 안와르…30년 만에 총리에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127515344

 

외환위기로 몰락, 코로나로 부활…‘25년 지각 총리’ 안와르의 돌파구는?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129506371

 

‘60년 애증’ 싱가포르 방문한 안와르…‘디지털·그린 경제’로 관계 개선 물꼬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201513845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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