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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어떡해”… 하늘도 함께 운 배승아양 발인·봉안식

, 이슈팀

입력 : 2023-04-11 16:00:26 수정 : 2023-04-11 17: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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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멀미해요. 천천히 들어주세요.”

 

스쿨존 인도로 돌진한 만취 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배승아(9) 양의 발인식과 유골함 봉안식이 11일 눈물 속에 엄수됐다. 혼자 두 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하는 엄마를 위로해주던 애교 많던 딸을 하루아침에 잃은 엄마는 눈물로 사랑스러운 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숨진 배승아(9) 양의 가족들이 배양의 유골함을 봉안당에 봉안하고 있다. 배양 어머니는 봉안당 유리를 잡고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 양 어머니는 상실감이 깃든 표정으로 힘없이 인형만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딸이 생전에 갖고 놀던 인형에 딸의 온기가 혹시라도 남아있을까, 딸의 작은 흔적이라도 맡아볼 수 있을까 엄마는 무릎을 웅크린 채 인형에 얼굴을 파묻었다. “모든 것을 이기리.”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찬송가 소리는 구슬프게 빈소에 퍼져나가고 엄마는 몇 마디 따라부르려다가 노래를 잇지 못하고 그저 눈을 꾹 감아버리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쳤다.

 

“이 땅에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예배를 진행하는 목사 말씀에 소매로 눈물을 닦아낸 배 양 어머니는 옆에서 넋 놓고 앉아 있던 아들의 한 손을 자신의 무릎으로 끌어당겨 두 손으로 감쌌다. 마지막 기도에 바닥을 바라보고 무릎을 꿇은 자세에도 어머니는 인형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소중히 감싸 안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젓기도 했다.

 

예배가 끝나고 활짝 웃고 있는 여동생의 영정 사진을 든 배 양의 오빠가 허탈한 표정으로 발인식장을 향했다. 발인식장 가는 길에도 어머니는 인형을 팔에 안은 채 “우리 딸 어떡해”, “어쩌면 좋아”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내내 눈물을 흘렸다. 영정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딸을 이대로는 보낼 수 없다는 듯 간절한 어머니의 손길은 애꿎은 관만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대전 서구 둔산동 스쿨존에서 만취운전자 차량에 치여 숨진 배승아(9) 양의 발인식이 11일 오전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배 양의 학급 친구들이 보내준 근조화환이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배 양의 시신을 실은 관이 운구 차량을 향해 이동할 때도 배 양 어머니는 끝까지 관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어머니는 생전에 멀미하던 딸을 생각하며 “우리 딸 멀미해요. 천천히 들어주세요”라는 말을 내뱉으며 오열했다. 눈물을 흘리느라 힘이 빠져버린 배 양 어머니는 운구차에 쉽게 오르지 못 해 주변의 도움을 받아 울면서 차에 올랐다.

 

9살 배승아 양을 실은 운구차는 순식간에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대전 정수원에서 발인을 마친 뒤 배 양의 유골함은 서구 괴곡동 대전추모공원 제3봉안당에 안치됐다. 작은 유골함에 담긴 딸을 바라보며 유족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구슬프게 울었다. 유골함 유리문을 닫기 전에 함을 한 번 어루만지던 배 양 어머니는 유리문이 닫히자, 유골함이 있는 유리문을 손으로 하염없이 쓰다듬었다.

 

이내 유리문에 얼굴을 파묻은 어머니는 “엄마 다시 올게. 매일 올게. 건강하게 또 올게. 사랑해”라며 또다시 눈물을 터트렸다. 어머니 옆에 있던 배 양 오빠도 끝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배 양 어머니는 마치 딸에게 하는 뽀뽀인 것처럼 유리문을 향해 입맞춤했다. 봉안된 배 양의 유골함에는 2013년 5월21일 생년월일이 적혀있었다.

 

사흘 전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숨진 배승아(9) 양의 유골함이 11일 오후 대전 서구 추모공원에 봉안됐다. 연합뉴스

봉안식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배 양 어머니와 오빠는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다. 배 양의 오빠 송승준 씨는 “가해자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고 법정 최고형을 원한다”면서 “제2의 승아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처벌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졌으면 좋겠고, 세상이 당장 내일부터라도 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 양의 어머니 배인수 씨는 3일 내내 꼭 끌어안고 지내던 인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배 씨는 “승아가 자신과 닮아서 아기 때부터 갖고 놀던 인형이라 자기처럼 이뻐해 주라고 했는데 그 말이 씨가 된 것 같다…”며 인형을 부둥켜안고 다시 오열했다. 어머니 배 씨는 “우리 승아는 하고 싶은 게 많은 꿈 많은 맑은 아이였는데, 가해자가 엄중 처벌을 받아도 속이 시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승아가 다시 살아 돌아오지는 않을 테니…”라며 “그런 승아가 이 세상에 기억되지 못하고 그냥 사라질까 봐 그게 두렵다”고 울부짖으며 아들의 품에 안겼다.

 

인터뷰 내내 강한 바람이 불더니 배 양 유골함 봉안이 끝나고 가족들이 추모공원을 떠나자 거짓말처럼 하늘에서는 비가 내렸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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