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환수절차…도의료원 “통화거부 등 이유, 이의제기"
경기아트센터, 출장 관리 지적받은 뒤 ‘출장지 GPS 인증’
‘사내 괴롭힘’ 처리 두고 잡음…4개월 만에 가해자 징계
경기도주식회사 임원, 장애인 주차구역 이용…“도덕적 해이”
“주민센터서 父 명의 스티커 발급”…법인 차량에 붙여 운행
양파 껍질은 어디까지 까야 할까. 온라인 게시판에는 어떻게 하면 이 복잡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지 조언하는 다양한 글들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눈물 없이 양파 껍질을 까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보인다.
이달 초 막을 올린 경기도의회의 경기도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역시 마찬가지다. 눈물 없이 혹은 당황하지 않고 이를 들여다보는 건 어려운 일로 여겨진다.
국회 국정감사에 견주어지는 행감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도 산하 공공기관에 관한 부분이다. 감사가 진행되면서 기관마다 부적절한 처신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13일 도의회에 따르면 도의료원 산하 5개 공공병원은 코로나19 격리환자 관리비 명목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28억여원을 허위 청구해 환수절차를 밟고 있다.
◆ 도의료원, 재택치료 환자 관리비 28억 부당 청구…“소통 어려움”
더불어민주당 최만식 도의원(성남2)이 도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행정사무감사 자료에는 수원·의정부·파주·이천·안성의 5개 산하 병원이 ‘격리 재택치료 집중관리군 환자 관리비’ 명목으로 352억여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받은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런데 이 중 28억여원(7.9%)이 부당 청구된 사실이 최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적발된 것으로 파악됐다. 환수절차를 밟는 도의료원 산하 병원 중에는 포천병원이 빠져 있어 향후 추가 조사에 따라 전체 부당 청구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른바 ‘재택치료 집중관리군 환자 관리비’는 격리 기간 일주일간 환자에게 전화로 하루 2차례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인당 8만원씩 받는 것이다. 해당 병원들은 격리환자별로 하루 2통의 전화 건수를 다 채우지 못했는데도 관리비를 청구하는 등 관련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급된 관리비 가운데 환수 통보된 금액의 비율은 도의료원 안성병원이 17.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의정부병원 12.0%, 파주병원 10.8%, 이천병원 10.5%, 수원병원 3.3% 등의 순이었다.
최 의원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이 공공병원이 부당 이득으로 배를 불려왔다”며 “재발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도의료원 측은 “격리환자의 통화거부, 고령 환자의 소통 어려움, 시시각각 바뀌는 진료 지침 등으로 인해 이런 일이 빚어진 것으로 안다”며 “5개 병원 모두 심평원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전날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선 350여명 직원을 둔 경기아트센터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논란이 됐다.
아트센터는 지난 7월부터 출장지에서 GPS로 위치를 보고하도록 근태 관리 시스템을 확대했는데, 위치가 실시간으로 드러날 수 있다며 직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출장지에 도착하거나 업무를 종료할 때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위치를 인증받고 보고서에 첨부하는 식이다.
이를 두고 일부 직원은 블라인드 게시판에 글을 올려 “(회사 측이) 사전에 동의를 받지 않았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국민의힘 이학수(평택5) 도의원은 “관리라기보다 감시로 보인다”며 GPS 도입 이유를 캐물었고, 더불어민주당 오지훈(하남3) 도의원 역시 “소통의 부재”라고 꼬집었다.
아트센터 측은 올해 초 진행된 경기도 종합감사에서 출장 관리가 부적정하다는 지적을 받고 이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당시 감사에서 아트센터는 금품 수수, 근무 시간 내 사적 활동, 문서관리 소홀 등 부적절한 사례들이 다수 확인됐다.
박민제 아트센터 경영기획실장은 이날 답변에서 “내부 논의를 거친 제도”라며 “실시간으로 기록이나 데이터가 남는 건 아니며 개선책도 마련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트센터 담당자도 본지 통화에서 “기존 사용해오던 출퇴근 앱에 출장 관리 기능을 확장한 것”이라며 “앱 운용사에서 실시간 위치 파악 등의 기능은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아트센터에선 직장 내 괴롭힘 처리를 두고도 잡음이 일었다. 기획실 PD들이 괴롭힘을 이유로 업무를 총괄하는 직원을 감사실에 신고했는데, 최초 신고일부터 징계 확정까지 4개월 넘게 걸리는 등 피해자들로부 미온적 대응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피해자들은 징계 수위를 놓고도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의원은 “회사 인권경영위는 이 사건을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괴롭힘 사태로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피신고인인 상급자가 경기도와 노동청에 진정하면서 쌍방 괴롭힘으로 분류돼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피신고인 역시 신고인들이 자신을 집단으로 괴롭혔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피신고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 공공기관 법인차에 장애인 스티커…등잔 밑 어두웠나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의 경우 최근까지 대표이사 권한대행을 맡은 A 상임이사가 부친 명의의 장애인 차량 스티커를 회사 법인 차량에 부착하고 운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그는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을 이용해 온 사실도 인정했다.
도의회 경제노동위의 국민의힘 정하용(용인5) 도의원은 전날 행감에서 “제보를 받았다”며 “도덕적으로 너무 해이한 것 아니냐”고 A 상임이사를 질책했다.
이에 A 상임이사는 “(해당 차량은) 제가 타고 다니는 전용 의전차량으로 오늘도 타고 왔다”며 “아버님이 장애인이셔서 아버님 명의로 발급된 스티커를 부착했고, (오늘도) 장애인 주차구역에 댔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주민센터에 상황을 얘기했더니 스티커를 발급해 줬는데, (불법 여부에 대해선) 다시 한 번 확인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현행 법령은 장애인이 아닌 보호자가 장애인 스티커가 부착된 차량을 운행할 때 돌봄을 목적으로 이용하도록 했다. 장애인과 동행하지 않았는데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을 이용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도의회 관계자는 “A 상임이사가 홀로 스티커만 붙인 채 장애인 주차구역을 이용한 것은 물론 관용 차량을 가족을 위한 돌봄에 쓰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기도 감사위는 지난달 장애인 주차구역보다 하위 개념인 조례상 임산부 우선(전용)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공공청사 등의 주차장 165개 중 87개에서 지적사항 88건을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행감에선 상위 개념인 도내 주요 기관의 장애인 주차장 운영 실태 역시 사각지대에 놓인 사실이 드러났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