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1997년 9월 28일 중계석에서 외침이 터졌다. 1998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 1-1로 팽팽하던 후반 41분. 일본 진영에서 공을 잡은 한 선수가 앞으로 치고 나가 왼발을 휘둘렀다. 낮게 깔린 공이 골키퍼의 손을 지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2-1. 붉은 유니폼의 선수들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함성으로 가득했던 도쿄 국립경기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한국 축구사에 ‘도쿄대첩’으로 남은 경기다.
1974년 서울의 한 경찰서 앞. 다섯 살 여자아이가 버려졌다. 영어는 한마디도 못 했고, 가진 것이라곤 여벌 신발 한 켤레가 든 작은 가방뿐이었다. 그 아이는 40년 뒤 미국 프로스포츠 구단을 소유한 여성 구단주가 됐다. 그리고 올해 9월, 그의 딸이 US오픈 4강에 진출했다. 딸의 이름은 제시카 페굴라(32). 세계랭킹 3위의 미국 테니스 선수이자 억만장자의 딸이다. 아버지 테리 페굴라는 석유·가스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미식축
한국 PC방 문화를 태동한 전략 시뮬레이션(RTS)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2030년 오픈월드 슈팅게임으로 돌아온다. 다만 국내에서 제기됐던 넥슨과의 공동 개발 가능성에 대해 블리자드는 “현재로서는 우리가 유일한 개발사”라며 선을 그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블리즈컨 2026’ 개막 행사에서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을 활용한 신작을 2030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약
中 금은방 ‘줄폐업’인데 금은 더 샀다… 반전 이유는 [차이나우]중국 전역에서 주얼리 매장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혼인 감소로 예물 수요가 줄어든 데다 높은 수준에서 출렁이는 금값이 소비 심리까지 짓누르면서 금 장신구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어서다. 다만 소비가 장신구에서 투자용 금으로 옮겨가면서 전체 금 소비는 되레 늘었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대표 주얼리업체들의 점포 축소가
쫄깃한 긴장+한국 문화 코드… 한류 타고 해외서 먼저 터졌다 [S스토리- 문학계 '숨은 수출 강자'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소설들]요즘 장르소설 독자들 사이에서 ‘추미스’는 하나의 장르명처럼 쓰인다. 추리·미스터리·스릴러를 아우르는 말로, 엄밀히 따지면 각각이 서로 다른 계보를 가진다. 미스터리가 범죄 기반 소재로 감춰진 진실을 탐색하는 과정을 다룬 포괄적 장르라면, 스릴러는 위협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 더 무게를 둔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러 요소를 결합한 작품이 주류를 이루면서 ‘미
[설왕설래] 철거민 딱지 서울시는 1968년부터 도로나 공원 조성 등 도시계획사업에 따라 철거된 주택 소유자나 세입자 등을 대상으로 특별공급제도를 운영했다. 감정가로 계산한 보상금에 아파트 분양권(딱지)까지 줬는데, 2008년 4월 이후 개발에 들어간 택지지구부터 이 제도를 폐지했다. 대신 장기전세 형식의 임대주택 입주권을 주고 있다. 분양대금을 감당하기 힘든 영세한 철거민이 내놓
[기자가만난세상] 역사에 ‘완벽한 가짜’는 없다 1909년 10월26일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이후 국내 언론의 보도 행태는 갈렸다. 통감부와 친일 매체들은 안 의사를 흉한(兇漢)이나 폭도(暴徒)로 몰아가는 프레임을 씌웠다. ‘경성신보’가 같은 해 11월10일자 지면에 사슬에 묶이고 족쇄가 채워진 초췌한 모습의 안 의사 사진을 싣고 비하 목적으로 대중에 배포한 게 대표적 사례다. ‘대한매일신보’와
[삶과문화]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 우리는 박물관에서 수백 년 전의 도자기를 마주하고, 여행지에서는 오래된 성당을 거닐며, 공연장에서는 수백 년 전 작곡가가 남긴 음악을 듣는다. 서로 전혀 다른 것들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오랜 시간을 지나 지금까지 우리 곁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모든 것이 그렇게 시간을 건너온 것은 아니다. 수많은 물건과 건축물, 음악과 그림이 만들어
가장 조용한 한류 [이지영의 K컬처 여행] 영화 ‘오디세이’가 국내에서만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고 한다. 오디세우스가 등장하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읽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주었고, 오르페우스가 죽은 아내를 찾아 지하 세계로 내려갔으며, 아킬레스의 발뒤꿈치가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이 이야기들은 교과서에 실렸고, 위인전 옆에 꽂혔으며, 성인이 된 후에도 일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