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들의 진짜 전성기는 노래가 아니라 오늘이었다. 8090 가요계를 호령했던 제왕들. 그들의 덤블링 한 번에 소녀들은 비명을 질렀고 발라드 한 소절에 온 나라는 눈물바다가 됐다. 하지만 2026년 현재, 박제된 LP판 속 왕자님들은 더 이상 그곳에 머물지 않는다. 눈부신 조명 대신 전시장 바닥의 먼지를 닦고 팬들의 환호 대신 고객의 냉정한 거절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과거의 영광을 스스로 내려놓고 이름표를 떼어낸 자리에 ‘가장’이라는 책임감을 단
“은희야, 이제 내 카드 써! 살다 보니 진짜 이런 날도 오네요.” 특유의 해맑은 표정으로 ‘신이 내린 꿀팔자’를 자처하던 장항준 감독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누적 관객 1400만명을 돌파하며 2024년 최고 흥행작 ‘파묘’의 기록까지 갈아치운 직후였다. 하지만 대중이 열광하는 건 ‘1400만’이라는 숫자보다, 6년의 무명과 연출료 ‘0원’의 긴 터널을 뚫고 그가 손에 쥔 ‘70억원의 생존 영수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당시 경보기가 울렸다가 바로 꺼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손주환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 6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대전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26일 브리핑에서 “관련자 진술을 종합하면 화재 발생 직후 경보가 울렸지만 금세 꺼졌다”며 “이로 인해 노동자들이 평소와 같은 경보기 오작동으로 인식해 화재 인지와 대피가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보기 오작동이 평소에도 잦았다고 진술한 직원들은
‘경기 출마’ 한준호 “‘李 실용주의’ 발맞출 행정가로 시대교체…속도가 곧 방향 아냐” [경기지사 예비후보에게 듣는다]“이재명정부와 방향과 속도를 모두 맞출 수 있는 지방 행정가가 나와야 합니다.” 경기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6·3 지방선거의 의미를 이같이 짚었다. 한 의원은 “국민의 정치 효능감은 지방정부 행정으로 체감된다”며 “실용주의로 넘어갈 수 있는 시대교체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빠른) 속도를 방향이
“한글, 단순 문자 아닌 세계인 함께 누리는 유산”올해는 두 개의 숫자가 겹치는 해다. 한글이 세상에 나온 지 580돌, 그리고 한글날이 기념일로 지정된 지 꼭 100년. 그사이 서울의 말을 프랑스 파리와 브라질 상파울루 젊은이들이 따라 읊는 시대가 됐다. 일제강점기 한글운동의 구심점이자 국내 최초 민간 학술단체인 한글학회의 김주원 회장은 25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글’이라는 두 글자에 각별한 무게를
[설왕설래] 한국인 ‘마약왕’ 2022년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 큰 인기를 끌었다. 수리남에서 마약밀매 조직을 만든 한국인 ‘마약왕’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했다. 조씨는 1994년 사기 혐의로 수배를 받자 수리남으로 달아났다. 그는 생선 가공 사업을 하다 마약에 손을 댔고, 급기야 남미 최대 마약 조직과 손잡고 코카인을 미국·유럽 등으로 밀수해 큰돈을 벌었다. 수리남 권력
[기자가만난세상] 준비 없는 원주시 통합 제안 원강수 강원 원주시장이 횡성군에 잇따라 행정통합을 제안하고 있다. 정부가 광역지자체 간 행정통합에 대규모 재정 인센티브를 제시한 만큼 기초지자체끼리도 통합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취지라고 했다. 횡성군은 반발한다. 김명기 횡성군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의(信義)부터 지키라”고 날을 세웠다. 사전에 어떤 논의도 없었다는 비판이다.횡성군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삶과문화] 새봄, 위대한 일 이 글은 내 책상 위 벽에 붙은 한 장의 명화 복제본에서 시작해야겠다. 지금은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러야 하는 봄밤이다. 원고 마감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낮에 아르코 미술관에서 간담회를 마치고 곧장 귀가해서 글을 쓸 작정이었다. 하지만 몇 해 만에 만난 시인들과 바로 헤어지기 아쉬웠다. 근처에서 저녁 먹자는 선배 시인의 제안이 반가웠다. 식
BTS, 세계가 신발을 벗다 [이지영의 K컬처 여행] 3월 21일 밤 수많은 인파가 보랏빛 응원봉을 들고 경복궁 월대 앞에 섰고,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이 그 순간을 동시에 목격했다.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은 발매 당일 한터차트 기준 398만장 이상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초동(발매 후 일주일) 판매 기록을 단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수록 14곡 전곡이 멜론 톱100에 진입했으며, 스포티